성평등부 장관 인사 논란, 정치적 셈법이 가린 '가치의 수호자'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직 겸직 문제, 기본소득당 사당화 논란, 과거 활동한 비선조직의 성차별 묵인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성평등부 장관 자리의 의미와 인사 시스템의 투명성에 대한 질문이 커지고 있다.
지명 철회 요구에도 선을 그은 청와대
이재명 정부 개각의 후폭풍이 거세다. 용혜인 후보자와 함께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식약처 로비 의혹' 녹취가 잇달아 공개되며 정부 인사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지명 철회 요구가 거세지만, 청와대는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인사위원장의 책임하에 인사 시스템을 거쳐 지명된 후보이므로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청문회를 지켜보며 여론을 살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용 후보자 임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김 대표는 “오보”라고 반박했다. 다만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의 “과한 욕심, 무리수” 발언처럼 여권 내부에서도 공개적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처음부터 의문을 낳은 인사
용 후보자 지명은 논란이 불거지기 전부터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성평등부 장관 교체 이유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총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새로 지명했는데, 공석을 채우고 민심 악화를 고려한 인적 쇄신이라는 점에서 다른 5개 부처와 달리 성평등부는 ‘왜?’라는 의문이 따라붙었다.
지난해 9월 여성가족부(성평등부 전신) 장관으로 취임한 원민경 장관은 그간 도덕적 물의를 빚거나 정책 실기로 논란이 된 바 없다. 원 장관이 촉법소년 연령 하향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과 이견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경질할 만한 중대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여성인권위원장 출신으로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등에서 여성 인권 증진 활동을 꾸준히 해온 원 장관과 달리, 용 후보자는 관련 이력이 부족하다. 게다가 여성계가 우려한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형사소송법 개정)에 대해 용 후보자는 찬성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용 후보자 지명은 2030 여성의 지지를 되찾기 위한 ‘젊은 여성 정치인’의 상징적 등용이자, 진보진영 연대를 우선한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당시 브리핑에서 용 후보자를 “세대 간, 성별 간 갈등을 넘어 청년 세대와 함께 모두의 성평등을 지향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소개하며 ‘청년’에 방점을 찍었다.
이는 ‘40대 여성 복지 전문가’라는 점을 내세워 강선우 무소속 의원을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지명(자진 사퇴)한 앞선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강 의원 역시 비동의 강간죄 도입에 유보적 입장을 보이는 등 여성가족부 수장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치가 아닌 ‘가치의 수호자’ 장관으로
성평등부 장관 인사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김행 전 후보자는 주식 파킹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데다 인사청문회 도중 퇴장해 논란을 키운 끝에 자진 사퇴했다. 앞서 그는 인사청문준비단 첫 출근길에서 “드라마틱하게 엑시트하겠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식화하기도 했다.
성평등부는 여성·아동에 대한 폭력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며, 한부모·다문화가족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가 기대는 곳이다. 경제적 영향력이 다른 부처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 하더라도 결코 경시되어서는 안 되는 부처다.
성평등부 장관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젠더 인식도 이 기회에 돌아봐야 한다. 김민아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구조적 성차별은 ‘실존’의 문제고, 남성 역차별(이 존재한다면)은 ‘인식’의 문제”라며 “동일한 차원에 놓고 봐서는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용혜인 후보자가 성평등부 장관직에 진정 뜻이 있다면, 불거진 의혹을 해소하는 데 더해 여성 의제에 관해 뚜렷한 입장과 정책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성평등부가 정치적 셈법으로 ‘챙겨주는’ 자리로 전락한 사이, 현장에서 필요한 법안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법과 제도가 무심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적 약자가 떠안는다. 성평등부의 수장은 정치가 아닌 ‘가치의 수호자’가 어울리는 자리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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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성평등부 장관 교체 이야기를 나누며, 그 의미를 짚어봤다. 독자님은 성평등부는 어떤 사람이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