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극의 거장 미타니 고키가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 코엑스아티움에서 연극 '아메리칸 드림' 첫 내한 공연을 올린다. '웃음의 대학'으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그가, 이번에는 웃음을 걷어내고 냉전 시기 할리우드의 '적색 사냥'을 무대에 옮겼다.
연합뉴스는 30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타니 연출이 신작의 주제를 직접 소개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작품이 코미디 장르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신작은 코미디 장르가 아니에요. 웃음기 없는 형태로 관객에게 진지하게 다가가고자 했죠. 작품을 통해 권력과 예술의 대립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적색 사냥', 예술가의 양심과 생존 사이
'아메리칸 드림'은 1940년대 후반, 냉전이 한창이던 미국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다. 공산주의자를 광적으로 색출하던 이른바 '적색 사냥' 속에서 영화인들은 신념을 지킬 것인지, 살아남기 위해 동료를 배신할 것인지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K-VIBE도 이 간담회를 보도하며 미타니의 발언을 전했다.
미타니는 “소재가 코미디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아메리칸 드림’은 굉장히 현실적인 고민과 괴로움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옛 할리우드 영화와 영화인들을 좋아하는 그는 적색 사냥을 알게 된 뒤 늘 그 이야기를 마음에 품고 있었고, 실력 있는 배우들과 함께하게 되면서 국가 권력과 예술가들의 대립을 다루게 됐다고 밝혔다.
극 중 인물들은 실존 인물을 모델로 했다. 증언을 거부해 수감됐다가 가명으로 활동을 이어간 각본가 돌턴 트럼보, 동료를 밀고한 연출가 엘리아 카잔, 망명을选择的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 등이 그들이다. 네 명의 인물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권력에 대응하는 과정을 통해, 배우들의 장인 같은 연기를 이끌어 냈다고 미타니는 말했다.
“적색 사냥의 타깃이 된 영화인들은 마지막까지 권력과 싸우기도 하고 동료를 밀고하기도 하며 각기 다른 패턴으로 이에 대응하죠.”
제목은 냉소, 메시지는 연대
작품 제목 '아메리칸 드림'에 대해 미타니는 “일종의 냉소적 비틀기”라고 말했다. 그는 “극 중 대사처럼 ‘악인은 없다. 있는 것은 피해자뿐’이라는 생각으로 적색 사냥을 다루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1940년대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미타니는 “정치권력뿐 아니라 온라인 사회 등도 현대의 큰 권력”이라며 “지금 일본 사회 또한 자유로운 발언을 하기 어려운 사회”라고 지적했다. 그는 “권력에 어떻게 맞서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 나갈 수 있는지를 조명해 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는 시기에 예술가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포기하는가라는 질문은, 민주주의를 살아가는 오늘의 관객에게도 낯설지 않은 물음이다. 권력의 감시와 자기검열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이 연극은 어제의 할리우드가 오늘 우리의 거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코미디를 버리려 했지만, 자아가 웃음으로 이끌었다
진지한 소재를 선택하고 코미디 형식을 버리고자 했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미타니는 “연습을 하다 보니 제 자아가 어쩔 수 없이 점점 웃음을 주는 방향으로 저를 이끌었다”고 전했다. 일본 공연에서는 망명 영화인 '마이스터' 등장 장면에서 큰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관객이 너무 웃으셔서 조금 마음이 복잡하기도 했어요.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웃을 수 있는 작품이 된 것 같은데, 진지한 작품에서도 얼마든지 관객을 웃길 수 있는 배우들의 연기력도 한몫 한 것 같습니다.”
일본 초연에는 '국민의 영화' 등 미타니 작품에 다수 출연한 고히나타 후미요를 필두로 아사노 가즈유키, 야마자키 하지메, 아사노 마사히로, 세키야 하루코, 나카가와 다이시가 합류했으며, 이번 한국 무대에도 같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코미디는 관객에게 살아갈 용기를 주는 일”
미타니가 희극을 쓰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는 “관객에게 살아갈 용기를 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인생에서 절망하거나 죽고 싶었을 때 저를 구해준 것은 늘 코미디였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우울했던 날 ‘미스터 빈’을 보고 웃은 다음, 내 고민이 얼마나 작은 것이었는지 알게 됐죠. 그래서 코미디를 합니다.”
그는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도 변하지 않고 계속 코미디를 만들어 가고 싶다”며 “특히 내 메시지를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연극 무대”라고 강조했다. 눈앞에서 웃는 관객의 반응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희극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것이다.
간담회 마지막에 그는 한국 배우들과 함께하는 코미디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다. “한국인 배우와 한국에서 코미디를 만들어 보고 싶다”며 “실력 좋고 연기 잘하고, 성격 좋은 배우가 있으면 언제든 추천해 달라”고 웃었다.
자주 묻는 질문
연극 '아메리칸 드림'은 언제, 어디서 공연되나요?
2026년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 코엑스아티움에서 공연됩니다.
'아메리칸 드림'은 어떤 이야기를 다루나요?
1940년대 후반 냉전기 미국 할리우드의 '적색 사냥'을 배경으로, 사상 검증에 놓인 영화인들이 신념과 생존 사이에서 선택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미타니 고키는 누구인가요?
'웃음의 대학' 등의 작품으로 알려진 일본의 대표적인 극작가이자 연출가로, 코미디 연극과 영화를 넘나들며 활동해 왔습니다.
